수직의 기억, 수평의 애도

(Vertical Memory, Horizontal Mourning)

2025. 12. 08. (월) – 12. 13. (토)

우리는 무엇을 보지 않기로 약속했을까. 혹은, 무엇을 보지 않음으로써 평온을 허락받았을까.


세상은 명료한 흑백의 논리로 역사를 기록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그 기록의 바깥, 희미한 틈새에 존재한다. 나는 그 틈새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줍는다. 국가라 는 거대한 이름 아래 자행된 폭력, 그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유폐된 여성들의 기억, 그리고 지도 위 서로 다른 좌표에서 발생했으나 결국 하나의 통증으로 연결 된(Inter-locality) 그들의 서사를 마주한다.


흰 벽에 흰색으로 글을 쓰는 행위는 언뜻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은 폐가 아닌, 가장 극렬한 '가시화(可視化)'의 방식이다.


피부와 구분되지 않는 오래된 흉터처럼, 너무나 투명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 면 보이지 않는 눈물처럼. 나는 관객에게 불편한 관람을 권한다. 뒷짐을 지고 멀찍 이 서서는 단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도록, 그리하여 당신이 기어이 몸을 숙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가져다 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 수고로운 움직임만이 인가된 '무지(sanctioned ignorance)'의 두꺼운 껍질을 깨뜨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대구와 제주, 광주, 공주 등지에서 소리가 되어 터지지 못한 비명의 화석 들, 그리고 국경 너머 어느 이름 모를 도시의 흐느낌이 경계 없이 뒤섞여 흐른다. 수직으로 짓누르는 권력의 기억에 맞서, 옆으로, 더 넓게 옆으로 손을 맞잡는

'수평적 애도의 공동체'.


부디 당신의 눈길이 닿아, 이 투명한 글씨들이 비로소 짙은 그림자를 얻고 세상 밖 으로 걸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

운영시간

1PM - 6PM

월・화 및 공휴일 휴무

대구광역시 중구 명덕로35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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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기억, 수평의 애도

(Vertical Memory, Horizontal Mourning)

2025. 12. 8. (월) – 12. 13. (토)

2025. 12. 8. (월) – 12. 13. (토)

2025. 12. 8. (월) – 12. 13. (토)

우리는 무엇을 보지 않기로 약속했을까. 혹은, 무엇을 보지 않음으로써 평온을 허락받았을까.


세상은 명료한 흑백의 논리로 역사를 기록하지만, 고통은 언제나 그 기록의 바깥, 희미한 틈새에 존재한다. 나는 그 틈새로 밀려난 이들의 목소리를 줍는다. 국가라 는 거대한 이름 아래 자행된 폭력, 그 속에서도 가장 깊은 곳에 유폐된 여성들의 기억, 그리고 지도 위 서로 다른 좌표에서 발생했으나 결국 하나의 통증으로 연결 된(Inter-locality) 그들의 서사를 마주한다.


흰 벽에 흰색으로 글을 쓰는 행위는 언뜻 지우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은 폐가 아닌, 가장 극렬한 '가시화(可視化)'의 방식이다.


피부와 구분되지 않는 오래된 흉터처럼, 너무나 투명해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 면 보이지 않는 눈물처럼. 나는 관객에게 불편한 관람을 권한다. 뒷짐을 지고 멀찍 이 서서는 단 한 글자도 읽을 수 없도록, 그리하여 당신이 기어이 몸을 숙여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가져다 대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 수고로운 움직임만이 인가된 '무지(sanctioned ignorance)'의 두꺼운 껍질을 깨뜨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대구와 제주, 광주, 공주 등지에서 소리가 되어 터지지 못한 비명의 화석 들, 그리고 국경 너머 어느 이름 모를 도시의 흐느낌이 경계 없이 뒤섞여 흐른다. 수직으로 짓누르는 권력의 기억에 맞서, 옆으로, 더 넓게 옆으로 손을 맞잡는

'수평적 애도의 공동체'.


부디 당신의 눈길이 닿아, 이 투명한 글씨들이 비로소 짙은 그림자를 얻고 세상 밖 으로 걸어 나올 수 있기를 바란다.